RetroArch에 메가 CD(세가 CD) 디스크 이미지를 넣었는데 화면이 검은 채로 멈춘다면, 원인은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코어가 BIOS를 찾지 못했거나, 찾긴 했지만 이름이 다르거나, 실행한 파일이 애초에 맞지 않는 파일입니다. 이 세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이 글은 다음을 정리합니다. 첫째, 초보자가 가장 많이 헷갈리는 BIOS·ROM·디스크 이미지의 차이. 둘째, 어떤 코어를 고를지. 셋째, 실행되기까지의 네 단계. 넷째, 본인이 소유한 실기에서 BIOS를 직접 준비하는 절차의 뼈대. 다섯째, 그래도 검은 화면일 때 위에서부터 지워 나가는 순서입니다.
대상은 카트리지 게임은 이미 돌려 봤지만 CD 쪽에서 처음 막힌 분, 그리고 예전에 한 번 설정해 두었다가 기기를 바꾸면서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된 분입니다. 카트리지와 CD는 준비물의 구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감각으로 접근하면 어디를 봐야 할지부터 어긋납니다. 그래서 순서를 지키는 것이 요령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전제를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이 글은 본인이 실물로 소유한 기기와 디스크를 다루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BIOS나 게임 데이터를 받아 오는 이야기는 다루지 않으며,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힌트도 적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 첫 번째 항목에서 논리로 설명하겠습니다.
BIOS · ROM · 디스크 이미지는 무엇이 다른가
메가 CD 관련 질문 글을 보면 세 단어가 뒤섞여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ROM이 없다’, ‘BIOS 파일을 넣었는데도 안 된다’, ‘이미지를 만들었는데 소리가 안 난다’ 같은 표현이 한 문장 안에서 섞이면, 도와주려는 사람도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 낼 수 없습니다. 설정을 시작하기 전에 이 세 가지를 분리해 두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빠릅니다.
| 용어 | 실체가 어디에 있는가 | 에뮬레이터에서의 역할 |
|---|---|---|
| BIOS | 본체 쪽, 즉 CD 유닛 안에 들어 있는 소프트웨어 | 디스크를 읽고 게임으로 넘겨 주는 기동 부분. 이것이 없으면 코어가 아예 시작하지 못합니다 |
| ROM | 카트리지 안의 반도체 | 메가 드라이브 계열 카트리지 게임의 본체 데이터. 메가 CD 게임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
| 디스크 이미지 | 본인이 가진 CD를 PC로 읽어 만든 파일 | 게임 본편. 데이터 트랙과 음악 트랙으로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메가 CD 게임을 실행하려면 BIOS 한 벌과 디스크 이미지가 둘 다 있어야 합니다. 카트리지 게임에서 말하는 ROM은 이 조합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카트리지 게임만 돌려 본 분이 같은 감각으로 접근하면, 파일 하나만 넣으면 될 것 같은데 왜 안 되는지 이해되지 않아 헤매게 됩니다.
또 하나 자주 나오는 오해는 BIOS가 게임마다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BIOS는 기기 쪽 소프트웨어이므로 게임 수와 관계없이 한 벌이면 됩니다. 다만 지역별로 다른 파일이라는 점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왜 ‘배포본을 받는다’가 애초에 선택지에 없는가
이 글에서는 어딘가에 올라와 있는 BIOS 파일을 받아 오는 방법을 다루지 않습니다. 도덕적인 훈계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금 정리한 용어 구분을 그대로 이어 보면 그 선택지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BIOS는 기기 제조사가 만들어 기기 안에 넣어 둔 소프트웨어입니다. 즉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 둔 시점에서 이미 제조사가 허락하지 않은 복제물입니다. 원본이 그런 상태라면, 그것을 내려받는 쪽도 정당한 사본을 얻은 것이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룰 한국 저작권법 부분에서도 같은 결론에 닿습니다.
실무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파일은 무엇을 확인해도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뒤에서 MD5 값을 대조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애초에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파일은 값이 맞아도 맞지 않아도 판단 근거가 없습니다. 반대로 본인이 가진 실기에서 직접 꺼낸 파일이라면, 값이 어긋났을 때 ‘내 추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원인을 좁혀 나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시종일관 본인이 소유한 실기에서 직접 추출한 BIOS만을 전제로 진행합니다. 다른 경로를 소개하지 않는 것은 정보를 아껴서가 아니라, 그 경로가 이 글의 전제와 양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메가 드라이브 계열 기기는 국내에도 정식으로 유통되던 시기가 있었고 당시 유통사 이름을 딴 제품명으로 기억하는 분도 계십니다. 다만 세부적인 제품명과 시기는 자료마다 다르게 적혀 있어 여기서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 기기를 지금도 가지고 있다면 이 글의 전제를 충족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코어를 쓸 것인가
RetroArch에서 메가 CD를 다루는 코어는 실질적으로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기본은 Genesis Plus GX입니다. 재현 정확도 쪽으로 평가가 안정적이고, BIOS를 어떻게 요구하는지에 대한 문서도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PC나 최근 안드로이드 기기라면 우선 이쪽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른 하나는 PicoDrive입니다. 성능 여유가 적은 휴대형 기기나 오래된 단말에서 Genesis Plus GX가 버거울 때 선택지가 됩니다. 가볍게 도는 대신 세부적인 재현은 Genesis Plus GX 쪽이 낫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 얼마나 빠른지는 기기와 설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숫자로 단정하기보다 본인 기기에서 두 코어를 모두 한 번씩 돌려 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 코어 | 어떤 상황에 고르는가 | 유의할 점 |
|---|---|---|
| Genesis Plus GX | PC와 최근 안드로이드 기기의 기본 선택 | 구동에 여유가 필요한 편입니다 |
| PicoDrive | 성능 여유가 적은 휴대형 기기나 오래된 단말 | 가벼운 대신 세부 재현은 Genesis Plus GX 쪽이 낫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입니다 |
두 코어를 번갈아 시험하실 계획이라면, BIOS 폴더는 그대로 두고 코어만 바꿔 가며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폴더와 코어를 동시에 바꾸면 어느 쪽 변경이 결과를 바꿨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미리 알아 두실 점이 하나 있습니다. 두 코어는 BIOS 파일 이름을 같은 규칙으로 요구하지만, 공식 문서가 싣고 있는 체크섬 값이 항상 같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별도 항목에서 다루겠습니다. 코어를 바꿔 가며 시험할 계획이라면 미리 읽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실행까지의 4단계
순서가 중요합니다. 아래 네 단계는 앞 단계가 맞아야 다음 단계의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중간부터 손대면 무엇이 고쳐졌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1단계 — System/BIOS 폴더 경로를 내 화면에서 확인한다
RetroArch는 설치 방식과 기기에 따라 폴더 구성이 달라집니다. 윈도우의 설치판과 포터블판이 다르고, 스팀을 통해 넣은 경우도 다르며, 리눅스의 패키지 형태나 안드로이드의 저장소 정책에 따라서도 위치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본 경로를 그대로 믿지 마시고, 본인 화면에 표시된 경로를 정답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확인하는 곳은 Settings → Directory → System/BIOS 항목입니다. 여기에 적혀 있는 경로가 코어가 실제로 들여다보는 위치입니다. 화면에 나온 경로를 그대로 옮겨 적어 두시고, 파일 탐색기로 그 폴더를 열어 두신 채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시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이 항목이 비어 있거나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위치를 가리키고 있다면, 원하는 폴더로 바꾸신 뒤 RetroArch를 한 번 다시 시작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로를 바꾼 직후에는 코어가 이전 정보를 들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2단계 — BIOS 파일 이름을 정확히 맞춘다
파일을 올바른 폴더에 넣었는데도 인식되지 않는다면, 대부분 이름 문제입니다. Genesis Plus GX가 요구하는 이름과, libretro 공식 문서(docs.libretro.com)에 실려 있는 MD5 값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지역 | 파일 이름 | MD5(Genesis Plus GX 문서 기재값) |
|---|---|---|
| 유럽(Mega-CD EU) | bios_CD_E.bin | e66fa1dc5820d254611fdcdba0662372 |
| 북미(Sega CD US) | bios_CD_U.bin | 854b9150240a198070150e4566ae1290 |
| 일본(Mega-CD JP) | bios_CD_J.bin | 278a9397d192149e84e820ac621a8edd |
주의하실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대소문자까지 완전히 일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윈도우에서는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않아 넘어가더라도, 리눅스 계열이나 안드로이드에서는 이름이 다르면 그대로 인식 실패로 이어집니다. 처음부터 표기 그대로 맞춰 두시는 편이 뒤탈이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실행하려는 디스크의 지역에 맞는 BIOS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BIOS가 필요한지는 디스크 쪽이 결정합니다. 세 지역 파일을 모두 갖춰 두시면 문제가 지역 불일치인지 아닌지를 즉시 가려낼 수 있어 원인 파악이 훨씬 빨라집니다.
참고로 지역 명칭이 헷갈리실 수 있습니다. 같은 기기를 북미에서는 Sega CD, 유럽과 일본에서는 Mega-CD로 부릅니다. 서로 다른 기기가 아니라 지역별 명칭 차이입니다.
3단계 — .cue를 실행할지 .m3u를 실행할지 정한다
여기서 막히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RetroArch에 넘겨야 하는 것은 데이터 덩어리 파일 자체가 아니라, 어떤 트랙들이 어떤 순서로 있는지를 적어 둔 목록 파일입니다.
- 디스크 한 장짜리 게임 — 해당 디스크의 .cue 파일을 실행합니다.
- 두 장 이상으로 구성된 게임 — 처음부터 .m3u로 묶어서 실행합니다.
.cue는 그 자체가 게임 데이터가 아니라, 같은 폴더에 있는 트랙들이 어떤 구성인지를 적어 둔 텍스트 파일입니다. 그래서 .cue만 다른 곳으로 옮기면 의미가 없어집니다. 파일을 정리하실 때는 목록 파일과 실제 트랙 파일을 한 폴더에 묶어 두시고, 폴더째로 옮기시기 바랍니다. 이름을 바꿀 때도 마찬가지로, 안에 적힌 이름과 실제 파일 이름이 어긋나지 않도록 함께 맞춰 주셔야 합니다.
.m3u는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습니다. 디스크 이미지들과 같은 폴더에 텍스트 파일을 하나 만들고, .cue 파일 이름을 한 줄에 하나씩 적은 뒤 확장자를 .m3u로 저장하면 됩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MyGame (Disc 1).cue
MyGame (Disc 2).cue
.m3u로 실행하면 게임 중 디스크 교체가 필요할 때 Quick Menu의 Disk Control에서 순조롭게 처리됩니다. 반대로 .cue를 하나씩 따로 실행해 두면, 교체 시점에 이어서 진행하기가 번거로워집니다. 두 장 이상인 게임은 처음 준비할 때 묶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한 가지 더. 메가 CD 계열 타이틀은 CD-DA, 즉 음악 트랙을 가진 것이 많습니다. 데이터 트랙만 담긴 형식으로 만들어 실행하면 게임은 돌아가는데 배경 음악이 나오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소리가 없다는 이유로 BIOS 설정을 다시 뒤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증상은 BIOS와 무관합니다. 음악 트랙을 포함한 형태로 준비되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4단계 — Core Information에서 실제 인식 여부를 본다
파일을 넣었다고 해서 코어가 인식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확인은 Information → Core Information에서 합니다. 로드된 코어가 요구하는 파일 목록과 그 상태가 표시되며, 여기에 Missing으로 나오는 항목이 있다면 코어가 그 파일을 찾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Missing이 남아 있다면 1단계와 2단계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경로가 어긋났거나 이름이 어긋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이 화면에서 문제없이 표시되는데도 검은 화면이라면, 원인은 BIOS가 아니라 실행한 파일 쪽일 가능성이 큽니다.
두 코어의 US BIOS 체크섬이 서로 다르게 적혀 있다
이 부분은 미리 알아 두지 않으면 불필요하게 시간을 쓰게 되는 지점입니다. 파일 이름은 두 코어가 같은 규칙을 쓰지만, libretro 공식 문서(docs.libretro.com)에 실려 있는 MD5 값은 코어에 따라 다릅니다.
| 파일 이름 | Genesis Plus GX 문서 기재값 | PicoDrive 문서 기재값 |
|---|---|---|
| bios_CD_E.bin | e66fa1dc5820d254611fdcdba0662372 | e66fa1dc5820d254611fdcdba0662372 (동일) |
| bios_CD_J.bin | 278a9397d192149e84e820ac621a8edd | 278a9397d192149e84e820ac621a8edd (동일) |
| bios_CD_U.bin | 854b9150240a198070150e4566ae1290 | 2efd74e3232ff260e371b99f84024f7f (다름) |
여기서 사실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두 코어의 공식 문서가 싣고 있는 북미판 BIOS의 MD5가 서로 다른 값이라는 점까지입니다.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근거를 확인하지 못한 추측을 덧붙이면 읽는 분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실무적인 결론은 이렇습니다. 본인이 추출한 파일의 MD5가 한쪽 코어의 표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파일이 손상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값을 대조하실 때는 지금 사용 중인 코어의 문서에 실린 값과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코어를 바꿔 시험하는 중이라면 대조 기준도 함께 바꿔야 합니다.
MD5 값 자체는 별도 프로그램 없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윈도우라면 명령 프롬프트나 파워셸의 기본 해시 확인 기능을, 리눅스나 맥이라면 기본 제공되는 해시 명령을 쓰시면 됩니다. 자세한 사용법은 각 운영체제의 공식 문서를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본인이 가진 실기에서 BIOS를 준비하는 절차
메가 CD의 BIOS는 카트리지가 아니라 본체 쪽, 즉 CD 유닛에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준비 작업도 본인이 소유한 실기를 대상으로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은 플래시 카트리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Krikzz사의 Mega EverDrive X7이나 Pro 같은 제품에는 카트리지 메뉴에서 CD 유닛을 기동하는 기능이 있고, 그 과정에서 BIOS를 SD 카드에 저장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메뉴에 표시되는 정확한 문구도, 생성되는 파일 이름과 저장 위치도 펌웨어 버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본인 기기의 공식 문서와 실제 메뉴 표시를 반드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서는 특정 이름으로 저장된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기기와 버전에 따라 세부가 달라지므로, 절차는 뼈대만 정리해 두겠습니다.
- 카트리지 메뉴에서 CD 유닛을 기동하는 항목을 선택합니다.
- CD 쪽 화면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 화면이 나온 뒤에도 전원을 끄기 전에 몇 초 더 기다립니다. 저장이 끝나기 전에 끄면 파일이 남지 않습니다.
- 전원을 끄고 SD 카드를 PC에서 열어, 생성된 파일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잘 되지 않을 때의 구분은 다음과 같이 나눠 보시면 됩니다.
- CD 쪽 화면은 나왔는데 파일이 없다 — 전원을 너무 빨리 껐거나, SD 카드의 여유 공간 또는 카드와 기기의 궁합 문제일 수 있습니다.
- CD 쪽 화면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 이 경우는 저장 단계 이전의 문제입니다. CD 유닛의 전원과 본체와의 접속 상태를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권해 드리고 싶은 습관이 있습니다. 어렵게 준비를 마치셨다면, 그 결과물과 함께 지금 어떤 기기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를 짧게 메모해 두시기 바랍니다. 몇 년 뒤에 기기를 바꾸거나 저장 매체를 정리하다가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는 일이 실제로 흔합니다. 그때 파일 이름만 남아 있으면 어떤 지역의 것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집니다.
기기 구입에 관해서는, 국내에서는 쿠팡이나 11번가에서 취급되는 물건이 있고 알리익스프레스를 이용하는 분도 계십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특정 제품을 권하지 않겠습니다. 위에서 적었듯 버전에 따라 동작이 달라지므로, 구입 전에 해당 제품의 공식 문서를 먼저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래도 검은 화면일 때 — 위에서부터 지워 나가는 순서
여기까지 했는데도 검은 화면이라면, 아래 네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 번에 여러 곳을 고치면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되므로, 한 가지를 바꾸고 한 번 실행해 보는 방식을 권합니다.
- Information → Core Information에서 BIOS가 Missing으로 표시되지 않는지 확인합니다.
- Settings → Directory → System/BIOS의 경로가, 지금 BIOS를 넣어 둔 위치와 정확히 같은지 확인합니다.
- BIOS 파일 이름이 대소문자까지 일치하는지 확인합니다.
- 실행한 파일이 한 장짜리는 .cue, 여러 장짜리는 .m3u가 맞는지 확인합니다. 데이터 트랙만 담긴 파일을 단독으로 실행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 봅니다.
각 단계에서 무엇이 밝혀지는지를 알아 두시면 도중에 헤매지 않습니다. 1번은 코어가 스스로 내린 판단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Missing이 나온다면 코어는 파일을 아예 찾지 못한 상태이므로, 그 위쪽 원인을 찾으면 됩니다. 2번은 보는 곳이 어긋났는가를, 3번은 보고는 있는데 이름이 어긋났는가를 각각 가려냅니다. 이 둘이 1번의 실패 원인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4번은 BIOS 쪽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뒤에 남는 마지막 후보입니다.
이 순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1번은 코어의 판단을 그대로 보여 주므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신호이고, 2번과 3번은 1번이 실패하는 두 가지 원인을 각각 좁힙니다. 1번에서 문제가 없는데도 실행되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4번뿐입니다. 반대 순서로 뒤지면 확인이 겹쳐 시간만 늘어납니다.
덧붙여, RetroArch는 설치 방식과 기기에 따라 폴더 구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다시 강조해 두겠습니다. 다른 분의 환경에서 통했던 경로가 본인 환경에서 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화면에 표시된 경로가 언제나 정답입니다.
지연과 소리 설정은 마지막에 손댄다
실행이 확인된 뒤에야 의미가 있는 항목들입니다. 실행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쪽을 건드리면 원인 파악만 어려워집니다.
건드리는 순서는 다음과 같이 잡으시면 무난합니다.
- Vsync를 켭니다.
- Vsync Swap Interval을 Auto 또는 1로 둡니다.
- Audio Synchronization을 켭니다.
- Audio Latency를 소리가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씩 낮춰 봅니다.
- 그래도 무겁다면 Hard GPU Sync나 Frame Delay를 살펴봅니다.
가변 주사율(G-Sync·FreeSync)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쓰신다면 Sync to Exact Content Rate 쪽이 더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Run-Ahead는 게임 내부의 입력 지연에 작용하는 기능입니다. 세이브 스테이트를 사용하는 구조라 코어와 기기에 따라 잘 맞고 안 맞고가 갈리며, 프레임 수를 지나치게 올리면 동작이 불안정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해 보시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 항목들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는 적지 않겠습니다. 몇 밀리초가 적당하다거나 몇 프레임이 표준이라는 식의 권장값은 기기·모니터·코어 조합에 따라 달라지므로, 본인 환경에서 조금씩 바꿔 보며 정하시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한국 저작권법과 이 글의 전제
이 항목은 설정 이야기가 아니라 전제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미뤄 둔 부분을 여기서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분명한 부분입니다. BIOS나 게임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려 배포하는 행위, 그리고 그렇게 올라와 있는 것을 내려받는 행위는 명확히 가능한 선택지가 아닙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이 부분에 대해 엄격한 편이며, 개인이 쓸 목적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원본이 권리자의 허락 없이 올라온 것이라면, 그것을 받는 쪽도 정당한 사본을 얻은 것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본인이 실물로 소유한 기기와 디스크에서 직접 추출하는 것만을 전제로 삼았습니다. 위의 BIOS 준비 항목에서 다른 경로를 소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조금 덜 의식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본인이 소유한 실기에서 직접 꺼낸 파일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공개된 곳에 올리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커뮤니티에서 도움을 주고받다가 파일을 주고받는 흐름이 생기기 쉬운데, 이 글에서는 그런 방식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도움을 요청하실 때는 파일이 아니라 아래 정리해 둔 점검 항목을 공유하시는 편이 훨씬 유효합니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인이 소유한 실물에서 추출하는 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이 글에서 단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사적 복제의 범위, 기술적 보호조치와의 관계, 추출한 파일을 어떻게 보관하는지 등은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영역입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배포와 다운로드가 선택지에 없다는 점까지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시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정리와 점검 기록
검은 화면의 원인은 대부분 경로, 이름, 실행 파일 셋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셋을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창구는 Core Information입니다. 여기서 Missing이 사라지고 .cue 또는 .m3u로 실행하고 있다면, 남는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 번 시도하다 보면 무엇을 이미 확인했는지 잊게 됩니다. 다음 항목을 메모장에 옮겨 적어 두고 하나씩 채워 나가시면, 다른 분에게 상황을 설명할 때도 그대로 쓰실 수 있습니다.
- 사용 중인 코어 이름과 버전
- Settings → Directory → System/BIOS에 표시된 경로 (화면에 나온 그대로)
- 그 폴더에 실제로 들어 있는 파일 이름 (대소문자 포함)
- Core Information에 Missing으로 표시된 항목이 있는지
- 실행한 파일의 확장자와 디스크 매수
-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음악 트랙이 포함된 형태로 준비되어 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하겠습니다. RetroArch는 환경마다 폴더 구성이 다릅니다. 어딘가에서 본 경로를 그대로 적용하려 하지 마시고, 본인 화면에 표시된 경로를 정답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이 원칙 하나만 지켜도 대부분의 시행착오는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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